어디라도 떠나고 싶다/미국(2024 가을)

9박 10일 나홀로 미서부 여행 - 2 (3박 4일 LA 여행)

슬구 2024. 11. 10. 12:19

LA 유니버셜 탐방

미국에 온지 3일 째지만, 이동만 했지 실제로 여행을 시작한 건 아녔다.

LA 자유 여행을 위해 내가 준비해 온건 딱 2가지, 한인 민박과 유니버셜 입장권 예약이었다.

마이리얼트립에서 1+1으로 팔길래 싼 가격에 2일권을 샀지만, 실제로는 하루 만에 거의 모든 어트랙션을 다 타서 또 갈 필요가 없었다.(못 탄 것도 있긴 하지만 또 가서 탈정도는 아님)

라스베가스에서 LA로 돌아오는 날 여유가 있다면 한번 더 방문해 볼까도 했지만 거기까지 가는 게 귀찮고 체력도 없어서 그만두었다.

LA 유니버셜은 유니버셜 스튜디오 중에 가장 오래된 곳이며, 여기서 찍은 많은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 현장을 둘러보며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심슨존은 미국이라서 더 미국스럽게 느껴지고 나머지 해리포터존이나 슈퍼마리오존은 다른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거의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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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존은 작년 여름에 도쿄에 있는 해리포터 스튜디오를 간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감흥이 덜하기도 했다. 그래도 어트랙션은 재밌게 탔다.(디멘터 나올 때 옆에 탄 아기와 함께 소리 지르며 신나게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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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어트랙션을 타고 허기질 즈음에 할리우드 거리 쪽으로 나와서 인앤아웃 버거를 먹고(배고파서 그랬는지 엄청 맛있게 느껴짐) 스타의 거리 쪽을 걸었다.

바닥에 많은 스타들의 핸드프린팅이 있었는데 거의 잘 보이지 않았고, 마침 '조커 2'를 상영할 때라서 극장에 걸려있는 포스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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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참 반짝거리는 스타들의 거리였을 텐데 내가 갔을 때의 분위기는 약간 쇠락한 명동을 걷는 느낌이었다.

라라랜드 영화 속에서 보던 LA 풍경과는 사뭇 달랐지만 그런대로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민박은 나랑 맞지 않아

LA에 대한 첫인상은 "날씨가 생각보다 춥고 삭막하며 안전하지 않은 느낌이다"였으나, 그래도 한인 타운과 숙소에는 나름대로 기대가 있었다.

아직은 낯선 미국이지만 한국 사람들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고, 한식 조식을 먹을 수 있고, 한국인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그런 기대였다.

숙소는 당연히 가본 곳이 아니기 때문에 후기와 위치만 보고 대충 고른 것이기도 한데 정보 없이 골랐다고 하더라도 나에게 맞지 않는 부분이 꽤 있었다. 

1. 숙소에 체크인 후 다음 날은 일요일이었는데 조식이 제공되지 않았다. - 그런데 3박 숙소 가격은 똑같았다.

2. 개인 화장실이 아닌 공용 화장실을 써야 했다. - 이건 내가 숙소 설명을 제대로 읽지 않아서 생긴 문제긴 하다.

3. 부엌에서 거의 요리를 해 먹지 않았지만 부엌에서 퀴퀴한 냄새가 나서 속이 메슥거렸다. - 주방을 쓰지 않으면 사실 이런 숙소의 메리트가 거의 없는 셈이다. 나는 오로지 정수기만 이용했다.   

4. '여기는 일반 가정집이니 호텔 정도의 서비스를 기대하지 말아 달라'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방 청소는 물론이고 정말 호텔 같은 서비스는 해주지 않는다. - 하지만 호텔 정도의 가격인데요? 그런데 팁 박스는 왜 있는 거죠?

5. 첫날과 둘째 날 시차적응 때문에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 그런데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는 바람에 하룻밤 사이에 로밍한 데이터를 거의 다 써버렸다.(사유 : 밤새 중드를 봤기 때문에)

물론 사장님께 와이파이가 안 된다고 하니까 다른 공유기 비번을 알려주기도 했다. 그런데 그건 위치가 멀어서 잘 잡히지도 않았다.

하나하나 열거하자면 이런데, 사소한 불편함들이 쌓이고 보니까 전체적으로 불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좋았던 점은 투어 이후에 짐을 공짜로 보관할 수 있었다는 점 날씨가 추웠는데 전기장판이 있어서 따뜻하게 잘 수 있었던 것, 문의사항이 있으면 곧장 한국어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건 사실 다른 민박집에서도 제공하는 기본 서비스일 테고. 조식도 맛있긴 했지만 내가 기대했던 한식은 아니었다.(간단한 샌드위치나 알밥이 나왔으니까)

다른 민박집에 묵었던 분의 후기를 물어보니 조식 외에도 간식이나 저녁을 제공해주기도 하고, 숙소에서 공항까지 무료 셔틀을 제공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비교해 보니 내가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좋지 못한 서비스를 받은 것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기본 2박 이상을 묵어야 했고 이미 숙소를 옮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불만족스럽게 3일을 지냈지만 조식 포함의 깔끔한 호텔이나 돈을 더 주고 레지던스형 호텔을 가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에 와서 여러 형태의 숙소를 경험하면서 크게 느낀 점은 돈과 서비스의 질이 결코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항상 번번이 기대했던 것과 달라서 속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위치와 동선 측면에서 괜찮다면 가격을 비교해 보고 가장 싼 숙소를 선택하는 게 일단 이득이고, 숙소는 어차피 널렸으니 1박을 먼저 해보고 연장하는 게 더 나았을 것 같다.

중국에서 여행을 다닐 때는 한국에 비해 숙박비가 싸다 보니 이런저런 서비스의 품질을 재고 따지지 않았었는데 여기 와서는 가성비를 정말 많이 따지게 됐다. 

숙소는 물론이고 어딘가로 이동할 때 드는 택시비도 정말 비싸서, 혼자서 그 비용을 다 부담해야 하는 나로서는 돈을 쓰고 뭔가를 누리는 시간보다 어떻게 이 비용을 더 절약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다.

돈의 속박에서 자유로웠다면 훨씬 즐거웠을 여행이라고 생각하니 어쩐지 씁쓸하다.  

 

다운타운에서 에그슬럿과 블루보틀 즐기기

긴장이 풀렸는지 그냥 시차 적응이 늦게 온 건지 LA에 온 지 셋째 날이 가장 극심하게 낮밤이 뒤바뀌었다.

아침은 알밥이었다

그럼에도 조식시간에 깨어서 야무지게 조식을 먹고서 다시 잠에 들기 시작해서 오후 12시쯤이 되어서야 정신을 차렸다.

아무것도 계획을 하지 않은 하루였으므로 눈을 뜨고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오늘 뭘 할까'를 고민했다.

LA 중심에서 북쪽에 위치한 할리우드 거리와 유니버셜을 봤으니 이번엔 동쪽으로 가보겠다는 마음으로 다운타운으로 행선지를 정했다. 

첫날은 무지 추웠는데 이날부턴 햇볕이 적당히 뜨겁고 걸어 다니기 딱 좋은 날씨였다. 

그랜드 센트럴 마켓에서 오렌지 주스와 에그슬럿 그리고 샌드위치를 시켰다. 

혼자 먹기에 많은 양일까 걱정이었는데 맛있어서 뚝딱 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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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슬럿은 생각보다 감자가 푹신하고 식감이 부드러웠으며 샌드위치는 좀 짰다. 그런데 오렌지주스가 대박 맛있어서 놀랐다. 

그랜드 센트럴 마켓 근처에는 라라랜드 촬영지이기도 한 엔젤스 플라이트도 있다

배가 불러오자 주변 산책 겸 근처 서점까지 걸었다. 더 라스트 북스토어 서점은 오래된 책방의 느낌이 들어서 좋았고 한참을 구경하며 그 동네의 분위기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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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충전 타임이 와서 블루보틀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잔잔한 오후의 평화를 즐기며 지금 이 순간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서 이만 셔터를 내리고 집에 가도 되겠다 싶었지만 아직 해가 지기 전까지 여유가 있어서 전날 못 갔던 그리피스 천문대를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LA 대중교통 카드를 어플로 다운 받고 돈을 충전해서 지하철을 탔다. 처음엔 생각보다 무섭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내릴 즈음이 되어서야 지하철에 기타 치는 사람, 이어폰 꽂고 크게 노래 부르며 리듬 타는 사람, 양말 파는 사람, 총을 든 경찰들이 오가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서울 지하철 1호선인가 싶은 풍경이었다. 황급히 지하철에서 내려서 그리피스 천문대를 가는 DASH 셔틀을 탔다.

호텔에서 무료로 제공해 주는 셔틀버스에도 기사에게 팁을 주길래 이런 지역에서 운영하는 무료셔틀 버스기사님에게도 팁을 주는 건지 궁금했다.

다행히 나 말고 다른 외국인 커플이 탑승했는데 내릴 때 팁을 주지 않길래, 나도 그들을 따라서 팁을 안 줬다.

팁을 줘야 하는 상황과 팁을 안 줘도 되는 상황은 매번 달랐다.

초반에는 어리버리하게 망설이다가 손에 가지고 있는 잔돈을 다 줘버렸다면, 굳이 팁을 안 줘도 되는 경우도 많다는 걸 알았다.  

눈치껏 외국인 커플과 함께 정거장을 찾아 내려서 LA 전경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를 둘러보았다.

 

그날은 마침 천문대가 쉬는 날이라 사람도 적었다. 해가 질 때쯤 노을을 보고 내려올까도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잘 안 가더라.

그래서 다시 처음에 만났던 기사님이 한 바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셔틀버스를 타고 다시 시내로 내려왔다.

다시 환승해서 갈아탄 버스에서는 악취가 나고 약에 취한 건지 쉴 새 없이 웃는 노숙인을 만났다. 무서워서 황급히 자리를 옮겼다가 바로 내렸다. 그 이후로 대중교통은 다시는 타지 않았다.

저녁은 그냥 마트에서 장을 본 것으로 대충 때우려고 트레이더스 조에 갔다.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다 사보았는데, 캘리포니아 롤은 정말 맛이 없었다.(여긴 캘리포니아주인데도?)

집에서 챙겨 온 컵라면 진라면 매운맛을 먹었는데 이게 훨씬 맛있었다.

라면 말고 사리곰탕면도 챙겨 왔었는데 이건 뜨거운 물을 못 구해서 피닉스로 떠나기 전 LA 호텔에서 전자레인지에 생수를 데워서 미지근한 물에 대충 녹여먹었다.

눈물 젖은 사리곰탕면이었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컵라면이라도 역시 한식이 최고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