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본 영화/드라마
새해에는 묵은해와 작별하고 새출발 하고 싶어 진다.
허나 아직 끝나지 않은 일들, 해야 하는 일들 사이에서 갈팡질팡 거리기만 했던 1월과 시작과 동시에 몰아쳐서 이사하느라 바빴던 2월 중에는 새롭게 뭔갈 딱 하겠다! 고 마음을 다지기에는 의지가 부족했다.
이제 진짜 새해(설)도 지났고, 구차한 변명도 소용없는 시기가 왔다.
중국 춘절 기간이 무척 길다고 느꼈는데(공식적으로는 7일) 금세 연휴도 끝나 버렸다. 어제오늘은 날씨가 흐리고 추웠지만 날씨가 좋아지면 더 밖으로 놀러 다녀야겠다.
재충전 겸 새해를 맞아 본 것들을 리뷰해 본다. 스포도 있고, 별점은 제멋대로 매긴 것이니 참고하시라.
1. 웡카 ★★★☆☆
집 찾기에 여념이 없었던 때에, 심야영화로 호텔 근처에 있는 영화관에서 웡카를 봤다.
한국은 개봉 시기가 늦어져서 못 보고 왔는데, 중국은 일찍 개봉했다만 다행히 상영 중인 극장이 남아있었다.
한글자막이 없으니 못 알아들을까 봐 걱정했던 것과 달리, 티모시 샬라메의 얼굴을 감상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영화였다.
티모시가 노래를 힘없이 불러도, 내용이 보잘것없어도, 괜찮다.
거지 같은 초라한 차림새도 왕자님같이 소화하고, 초콜릿 물을 뒤집어쓴 모습도 청초하게 보이는 티모시가 촉촉한 눈빛으로 그윽하게 날 바라보는데. 그 갸륵한 마음(과 얼굴) 너무 예쁘잖아.
뒤늦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듯한 느낌이었다. 또 나는 이렇게 3월 8일(듄2 중국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2. 스즈메의 문단속 ★★★☆☆
비가 오던 날 밖에 나가기 귀찮아서 뒹굴거리다가 하메샘이 같이 집에서 영화나 보자고 해서 보게 되었다.
우리 집 TV 화질이 구려서 TV 선 연결했다가 보기를 그만뒀었는데, 구지긴 구져도 보다 보니 적응은 되었다.
스즈메~ 하면서 부르는 고양이가 얄미우면서 귀여웠고, 극 중 내내 오르막길을 단숨에 내달리고 몸을 날리는 스즈메의 근력에 감탄했고, 삼다리 의자가 된 소타가 점점 존재감이 옅어지는 것을 느끼다가 마지막 장면에는 그냥 꺽꺽 대며 울었다.
곁에 없는 것을 찾느라 방황했던 어린 스즈메가 너무 힘들었겠다. 스즈메가 잘 자라서 너무 다행스럽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뭔가 감동의 메시지가 울림이 있어서 생각보다 좋았던 편이었다.
3. 브러쉬 업 라이프 ★★★★☆
초반부 이야기가 굉장히 재밌어서 빨려 들어가듯이 보다가, 뒷부분 전개에 좀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
줄거리는 어쩌다 인생 N회차를 살게 된 주인공이 자신의 인생을 다시 살면서 뭔가를 깨닫게 되는 이야기인데.
타임 리프물 이제 너무 많이 봐서 지겹기도 하고, 처음엔 소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와 너무 비슷한 구조가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는데 형식이 비슷할 뿐 결은 좀 다른 것 같다.
주인공 아칭은 인생에 특별한 여한 같은 게 없이 살아왔고, 이 드라마의 작가이기도 한 바카리즈무가 '내세에 당신은 개미핥기입니다'라는 말을 하기 전까지 의문을 제기할 생각도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살기의 목적은 회차가 거듭될수록 바뀐다. 다음 생에 인간으로 태어나기 위해, 안타까운 죽음을 맞는 친구를 구하기 위해, 다시 인생의 나침반을 원래대로 돌리기 위해..
그렇게 돌고 돌아 자신의 고향에서 3명의 소중한 친구들과 재회하게 된 순간 행복과 안도감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현생을 다시 살자고 마음먹었을 때나 인생의 막다른 길에 이를 뻔했던 사람들을 구해주는 신을 볼 때마다 눈물이 터지고, 킨키와 나나를 좋아했던 학창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은 향수도 안겨줬다만 결말이 소소한 감동에 그쳐서 좀 아쉬웠다.
마지막 환생의 기회에 이르러서야 '원래 인생은 한 번뿐이고, 지금의 소중함을 간직하면서 살자'라는 걸 깨닫는 건 너무 도돌임표 같은 교훈이 아닌가.
그리고 인생에 풍파라는 것이 고작 '친구가 불륜남을 만날 뻔한 경험'이라는 것도 너무 소소해서 아칭의 인생 너무 평탄해도 평탄한 것이 아닌가 싶고.
이 모든 서사를 이입하게 한 건 다 '안도 사쿠라'의 힘이라서. 그냥 배우에 대한 팬심만 늘고 말았다.
4. 도묘필기 : 미이라의 부활 ★★★★☆
솔직히 사심이 많이 들어간 평점이다.
누군가는 망작이라고 할지언정, 이렇게 도묘필기의 앞부분 배경 설명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준 도입부는 없었던 것 같다.
우시에의 출생은 구문(도굴하는 9개의 가문)에 큰 반향을 일으키는 거였고, 우시에가 사연이 더 깊은 남자 황색 얼굴을 한 장치링을 만나 사랑하는,, 아니 도굴하는 이야기
아련한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같은 두 사람의 눈빛 교환신(둘이 갑자기 눈 맞고 사랑함)이 너무 웃겼고, 화려한 전투신도 재미있고, CG도 돈을 많이 쏟아부은 느낌이 들어서 흡족스러웠다.
영어만 할 줄 알았던 아닝이 갑자기 중국어 하고, 구문의 제자들이 '양놈에게 질 수 없다'며 몸을 불사르고, '처음부터 네 편이었어'라고 했지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금방 태세전환하는 팡즈까지.
막판 전개가 다 급작스러운 거 빼고는 영화의 기승전결도 매끄러운 편이다.
고묘에서 칼을 피해 춤추고 피리 부는 소년을 연기했던 루한오사의 근황이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돈 많이 벌고 연애하고 잘 살고 있더라.(아무도 안물안궁이지만 그렇답니다)
도묘필기 시리즈가 화려한 라인업으로 시작했지만 그 재미와 매력은 딱 도묘1~도묘2(노해잠사, 진령신수)까지 인 듯하다.
오히려 종극필기처럼 그냥 영한 캐릭터만 살려도 재밌고, 요즘 웹영화 시리즈도 나쁘지 않은 걸 보면 캐릭터랑 서사의 만듦새만 잘 갖추면 이 이야기는 언제든 재밌게 연출할 요소가 많다는 걸 알겠다.
그러니까 무한대로 계속 내주세요 제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