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님은 갔습니다
BYE BYE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여행 준비로 매일 밤 설레며 잠들던 나날 중 비자문제로 1월 출국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통지를 접하고 나서 내 마음은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졌다.
<님의 침묵>에서 탄식하는 대목이 절로 외어질만큼 고통스러운 순간이었다.
어떻게든 새 비자를 발급 받기 전에 시간을 확보해서 여행을 다녀오려고 여기저기 전화해 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어쩔 수 없어요' 혹은 '안 됩니다'였다.
특히 아이슬란드는 나 혼자 가는 여행이 아니었기 때문에 여행 일정을 바꾸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하필 딱 그 기간에 비자 심사가 들어가야 한다니.
중국 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안 되는 건 안 되고, 될 수 있는 건 어떻게든 다 된다."는 진리를 체득하게 된다. 어떻게든 된다는 답변을 들을 때까지 싸워보겠다는 각오로 덤벼봤지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는 안 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아이슬란드는 불가피하게 취소가 확정됐고(항공권 환불도 받지 못한 채로ㅠ) 혼자 가려고 했던 노르웨이 여행만이 남았다.
항공권 환불이 가능한지에 대한 문의요청에도 항공사는 아직까지 답이 없고, 항공권을 변경해도 추가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1월에 출국이 불가능하면 2월에 가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2월에 계획했던 이사와 한국행 스케줄에 크게 변동이 생긴다.
어쩌다 이런 지경까지 오게 된지 모르겠지만 골치가 참 아프다. 이미 아이슬란드를 떠나보내며 가슴속 미련을 훌훌 털어보려 애썼지만, 여전히 실연당한 기분인 채로 남아있다.
계획대로 가긴 이미 글렀고, 내 맘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만 무사히 겨울 방학을 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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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가지 약속은, 틀림 없이 끝이 있다는 것
이제 곧 학기말이다. 이번 주도 무지막지하게 바빴다.
잠자는 시간에 비례해서 체력이 들쭉날쭉인 내가 일찌감치 잠들지 못하는 날이 늘어가니, 오전에는 내내 수면 부족으로 인한 고통에 시달렸다.
엊그제 아침에는 커피를 내리는데, 유난히 커피가 뜨겁게 느껴졌다. 냉동실에 있는 얼음판을 꺼냈는데, 얼음이 잘 분리되지 않자 무릎으로 내려치다가 얼음판이 와장창 두 동강이 났다.
순간 플라스틱 파편과 얼음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었는데 아침에 정신이 덜 깬 상태였던 나는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부엌 바닥을 허겁지겁 청소하고 출근했다.
출근해서 오전 수업을 한 시간 하고 나왔는데, 이상하게 코 쪽 피부가 따갑게 아려왔다. 거울을 보니 코 쪽에 미세하게 베인 상처가 있고 그 사이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얼음판의 플라스틱 파편이 튀어서 내 피부를 스친 것 같았다.
가벼운 상처라 다행스러우면서도 이것도 이제야 알아채다니. 아 정말 내가 아침에 제정신이 아니었구나... 그제야 깨달았다.
방과 후 수업도 학생과 하는 프로젝트 과제도 무사히 끝이 났고, 수행평가와 시험 출제도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고 나니 이제는 조금 숨통이 트이긴 했다.
앞으로 또 수행평가 채점과 생기부 입력이 남아있지만서도 <달리기> 노래 가사처럼 '끝이 있다는 것'이 안도감을 줄 때가 있다.
힘들지만 그럭저럭 견딜만 하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올 한 해 잘 버틴 내가 너무 대견스럽고 장하다. 얼마 남지 않은 2023년 해피하게 마무리하고 싶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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