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구 2023. 5. 7. 18:37

시험 기간의 여유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무사히 시험이 끝나긴 했다. 

시험 기간엔 조퇴찬스 쓰고 샘들이랑 브런치를 먹으러 가거나 나 홀로 쑤저우에 가서 쇼핑을 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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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에 있던 서점에서 익숙한 이름의 책들을 발견했다. (도묘필기 시리즈와 프리스트 님의 묵독)

살까 고민했지만 어차피 칸부동이니 사지 못했다.(책을 사면 주는 증정품이라도 있었면 백퍼 샀을 텐데 아쉽다)

평일 낮이라 백화점은 한산한 편이었는데, 관광지 주변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하니 확실히 이젠 중국 어딜 가나 인파 걱정부터 해야 하는 것 같다. 

계획형이 아닌 나는 항상 준비가 덜 된 채로 여행지에 가서 정보를 알아보는 편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렇게 하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노동절이 끝났으니 이제 단오절, 국경절 여행도 계획을 부지런히 세우고 있다. 이렇게 부지런히 놀러만 다니면 1년이 끝이 날 것 같다.

 

3박 4일 나홀로 시안 여행

중국은 5월 1일이 휴일이다. 대개 주말을 포함해서 3일~5일 정도 쉴 수 있는 공식적인 연휴기간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개교기념일이 아니면 쉴 수 없는 날이기도 하고, 엄연히 교사도 노동자지만 노동절에는 쉴 수 없는 나의 처지가 늘 서러웠다.(교사는 방학이 있잖아 어쩌고저쩌고 레퍼토리에 매년 휘말리는 것도 참 싫다. 적게 일하고 그냥 다 쉬면 뭐 어디가 덧나나)

게다가 작년 노동절 연휴에는 그놈의 코로나 봉쇄 정책 때문에 우시에만 있었기 때문에 그 때의 억울한 심정이 떠올라 비싼 돈을 들여서라도 여행을 가야겠단 맘을 굳게 먹었다.(이런 비용도 시발비용에 포함되는 것일까)

기차는 진즉에 다 매진되는 바람에 원래 가려고 했던 시안 여행의 비행기와 숙소를 서둘러 예약해야 했다. 

일찌감치 예약한 것 치고는 굉장히 비쌌다. 비수기 때보다 2배 정도 비쌌던 것 같다.

어떻게든 비용을 좀 줄여보려는 심산으로 동행자를 구해 봤지만, 다들 시안에 갔다 왔거나(혹은 갈 예정이거나) 노동절 인파 걱정으로 시안을 선택하지 않았다.(시안은 연휴가 아닌 때에도 관광객들이 붐비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나는 노동절 연휴에 시안을 가기로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5월의 시안은 정말 날씨가 죽여줬기 때문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고 정말 쾌적하고 딱 좋은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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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병마용과 대당불야성 쪽 인파에 기가 빨리긴 하였으나, 애초에 시안 가서 '병마용 보고 뱡뱡면 먹기'가 이번 여행의 목표여서 목표 달성만으로 충분히 뿌듯했다.

스푸파에 나온 체인점에서 먹은 뱡뱡면은 생각보다 쫀득쫀득한 식감이었고 온갖 향신료와 끓는 기름을 첨가하여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환타랑 똑같은 맛인 빙펑, 그리고 오이 반찬과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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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시성 박물관 예매에 실패하는 바람에 행선지를 '한양릉 지하 박물관'으로 변경했는데 사람도 적고 릉 자체의 규모도 엄청나고 잘 꾸며져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여행 마지막 날 시안 성벽에 올라 아아메를 마시며 혼자 해가 지는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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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에는 '웨이쟈'라는 편의점 체인이 있는데 웨이의 글자가 진혼의 션웨이랑 흡사해서 뭔가 정감이 갔다.(시안은 '진혼'의 본체 배우인 백우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곳에 들어가서 뭐 살 게 있나 서성거리다가 아저씨의 영업으로 술을 덜컥 사버렸다.

황주와 리치음료를 같이 섞어 먹는 거였는데 얼음이랑 같이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무겁지 않고 가볍고 청량한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종루의 야경을 보고서 돌아오는 길에는 아쉽다는 생각만 계속 들었다. 사람들이 조금만 적었다면 더 많이 돌아다녔을 텐데 하는 아쉬움. 하지만 뭐 이것도 여행의 묘미라 생각하련다.

 

쑤저우 문화 체험

어제는 노동절 연휴가 끝난 주말이라 중국 사람들이 출근하는 날이었다. 

쑤저우로 답사를 갈 무렵에는 거리에 사람들이 넘쳤는데, 다행히도 아이들을 데리고 체험 학습을 갔을 때는 사람이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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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닿는 데마다 전설이 와르르 쏟아져 나오는 호구탑과 중국인들이 한시를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는 한산사 다 좋았다.

또 가고 싶었던 쑤저우 박물관은 못 갔지만 성벽 박물관에서 들은 오나라 충신 오차서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뒤풀이 겸 집 근처에서 꼬치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오랜만에 맥주를 많이 마셨다. 여행 4일, 출근 3일로 힘든 주간이었지만 그간의 피로가 조금은 씻겨 나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