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갤러리 털이
4월이 휘리릭 갔다. 벌써 다음 주면 노동절 연휴가 코앞이다.
평일에는 셤문제 출제며 수행평가며 대회며 몰아치듯이 해치우느라 바빴고, 주말엔 여기저기 쏘다니느라 바빴다. 주말 한정 따뜻하고 봄볕 좋은 날씨에는 안 나가면 손해니까.
바쁘면서 즐겁고, 뭘 정리할 틈이 없던 시간이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주변 사람들이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학교인지 전쟁터인지 모를 곳에서 기력을 잃다 보면, 내 생활도 엉망진창이 된다. 올해는 그러지 말자고 다짐했으므로, 무리해서라도 내 시간을 허튼 곳에 쓰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한 달 동안 쌓인 갤러리나 털며 정리나 해야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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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밴드 결성 & 첫 합주
호기롭게 직장인 밴드를 결성하고서 새로운 멤버분을 만났고, 청명절에 만나 첫 합주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학교 밖에서 뭔가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이 처음이라 설레고 잘 못할까 봐 걱정도 됐다.
밴드 합주할 공간이 근처에 없어서 집과 멀리 떨어진 스튜디오 안에 있는 녹음실을 대관했다. 생각보다 엄청 큰 시설에 놀랐고, 웬만한 밴드 장비가 다 갖춰져 있음에도 시설 대관료가 없어서 한 번 더 놀랐다.
처음엔 여러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합주를 하는 게 어색했는데, 하다 보니 재밌었다. 다음 합주도 기대가 된다.
어쩌다 전자 피아노도 얻었다. 이름은 '깡깡이'로 정했다. 매일 심심할 때 뚱땅뚱땅 치기 좋아서 퇴근 후에 자주 치고 있는 중이다.
2. 메이리구전에서 무한리필 고기 먹기
메이리 구전(梅里古镇)은 처음 가봤는데, 난창지에보단 작은 규모지만 거리가 현대식으로 잘 꾸며져 있었다.
맛집도 많고, 밤이 되니 조명이 예쁘게 장식되어서 야경도 괜찮았다.
원래는 카오위를 먹으려 했는데, 간판만 보고 2층이 아닌 1층으로 들어가 버려서 무한리필 고깃집에 들어가게 됐다.
한국식 고깃집은 아니지만 큰 불판에 고기를 가져와서 구우면 직원들이 정리를 도와준다. 고기 외에 다른 먹을 것도 다양하고 가게도 깔끔했다. 가격도 비싸지 않은 편이었는데 가성비가 좋았다.
어쩌다 간판을 잘못 본 바람에 실수로 알게 된 맛집이지만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3. 1박 2일 황산여행
황산은 안휘성에 위치한 중국의 5대 명산 중 하나로 운해 낀 풍경이 절경이라고 알려져 있다.
가장 높은 봉우리까지 오르려면 케이블카를 타고서도 한참을 올라가야 한다. 게다가 중국 산은 계단이 많아서 도가니를 희생해야 한다.
높지도 않던 후이산도 계단 때문에 쩔쩔매던 내가 과연 황산을 오를 수 있을까 첨엔 걱정했지만, 어찌어찌 오르긴 올랐다.
사실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게 문제였다만 리장여행 때 사두었던 등산지팡이와 등산화의 도움으로 다치지 않고 등산을 마쳤다.
운해는 못 봤지만 날씨도 좋았고, 생각보다 사람들이 적은 때여서 쾌적한 편이었다.(물론 빨간 모자 쓴 집단들이 떼로 몰려와서 놀라긴 했음)
황산에 다녀와서 황산모봉 차를 샀는데, 맛있어서 종종 마신다. 커피를 줄이고 차를 좀 먹는 습관을 길러볼 테다.
4. 태주 유채꽃밭과 습지 공원
황산에 다녀와서 한동안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종아리가 욱신거려서 힘들었다.
종아리 근육이 풀리자마자 태주 씽화(泰州 兴化)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다.
유채꽃밭이 생각보다 엄청 넓고, 해가 눈이 부셔서 선글라스와 모자를 챙겨 오지 않은 걸 무지 후회했다.
습지공원은 물에 뿌리가 잠겨있는 채로 하늘 높이 솟아있는 나무들의 모습이 멋졌다. 휘어진 가지의 모습도 절묘한 느낌을 준다.
한 바퀴 공원을 다 돌고, 차를 한 잔 마시고, 배도 탔다. 햇볕이 눈부신 날이라 그런지 졸음이 금방 쏟아졌고, 돌아오는 차에서는 내내 입을 벌리고 잤다.
역시 여행도 체력이 필요한 법이다.
5. 1박 2일 상해여행
시험 문제 출제를 끝내고 산뜻한 기분이 된 상태로 상해에 놀러 갔다. 1박 2일이었지만 여유롭게 놀 시간 따위 없기 때문에 늙은이 체력을 쥐어짜며 거의 밤새 놀았다.
동방명주가 보이는 호텔에서 묵으니 뭔가 성공한 사람이 된 것 같고(물론 조그맣게 보임) 고급스러워 보이는 이태리 식당에서 파스타와 피자도 즐겼다.
낮엔 분위기 있는 카페와 식당들이 많아서 구경하는 것도 재미났는데 저녁이 되자 거리에 젊은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길에서 담배 피우고 쪼그려 앉아 술 마시는 사람들이 많았다. 여기가 상해의 홍대인가 싶은 그런 느낌이 들기도 했고, 오랜만에 이런 풍경을 봐서 신기했다.
아침에는 해장 겸 떠껀한 베트남 쌀국수를 먹으러 갔다. 정말 맛났다. 신천지 거리에서 젤라또도 사 먹었다. 비쌌지만 맛있었다.
자기 전 야식으로 먹은 촨촨과 마라탕이 너무 맛있었는데 오늘 또 먹고 싶어서 검색해 봤는데 상해에만 있는 가게였다ㅠㅠ
아, 상해 살고 싶다. 진짜 이런 걸 매일 먹을 수 있다는 건 행복이다. 조만간 또 상해에 먹으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