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흐름대로 쓰기/2023 중국생활

춘삼월 호시절에 꽃놀이를 갑시다

슬구 2023. 3. 26. 11:28

이제 3월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번 주도 숨 가쁘게 바빴다. 비가 추적추적 와서 춥고 흐린 날씨가 반복 됐다. 작년 이맘때 격리가 풀렸지만 날씨 때문에 이 도시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이 생각났다.

1년 사이에 우시의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이젠 어딜 가도 사람이 붐벼서 중국의 인파를 실감하게 된다.

서울은 이제 매화가 핀다지만, 이곳은 벌써 매화가 다 지고 있다. 추운 날씨에도 꽃을 피운게 신기했지만 비가 와서 더 빨리 피고 지는 것 같았다.

독감이 이제 다 나아서 샘들과 같이 매원(梅园)에 갔다. 작년에 폭우 쏟아지던 날 매원에 가서 매화도 경치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못 본 게 없어 아쉬웠었다. 

아침부터 날씨가 쌀쌀했지만 낮이 되니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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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이 매화로 뒤덮인 광경이 신기했고, 매화 외에도 갖가지 봄꽃들이 생각보다 많이 피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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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연못 근처에 핀 수선화, 제주도가 생각나는 유채꽃밭, 신비로운 색깔들의 튤립정원도 구경했다.

꽃구경을 마치고 아침부터 싸온 온 유부초밥과 과자를 차와 함께 나눠먹었다. 조금 이른 봄 소풍을 즐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지난주엔 1년 전 격리 해제 기념으로 샘들과 함께 갔던 진꾸이공원(金贵公园)에 갔다. 그땐 보일러 수리 때문에 늦게 도착해서 제대로 못 봤었는데, 올해의 처음 본 벚꽃은 그래서 더 새롭게 느껴졌다.

위엔토우저의 벚꽃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주변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것이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과 이런 곳에 와서 경치를 구경하며 봄에 대한 시를 썼어야 했는데. 감옥 같은 교실에서 우중충한 하늘만 보면서 시상이 떠오를 리가 없다.

 

이번 주말엔 난징의 벚꽃 명소인 지밍스(古鸡鸣寺) 에 다녀왔다. 현무호 근처 공원에도 벚꽃이 만개해서 그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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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서둘러 나와서(새벽 5시기상) 조금 피곤했고, 날씨가 생각보다 추워서 걷다 보니 벚꽃 산책이 아닌 벚꽃 강행군이 되어버렸다. 

다음 주엔 중국의 명산 중 하나인 황산에 갈건데, 예비 훈련쯤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다시 간 백종원의 본가는 여전히 맛있었고(중국에 흔치 않은 한국식 고깃집이니까), 라오똥먼 골목에 있는 예쁜 카페에서 추위를 녹이며 맛있는 케이크도 먹었다.

조금 더 포근한 봄 날씨였다면 더욱 봄을 만끽하고 다녔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천천히 꽃이 피고 지는 풍경을 보면서 좋은 날들을 더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