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구 2022. 11. 27. 18:12

중국의 코로나 상황이 날이 갈수록 좋지 않다.

광저우, 정저우에 이어 베이징, 상하이에서도 봉쇄에 대한 반발이 있었다. 최근에는 학생이 토익 시험을 보러 갔다가 갑자기 격리를 하게 된 일도 있었다.

우리 지역의 코로나 확진 사례는 아직까지 드물지만(외부 유입이거나 제한된 일부 구역에서만 발생해서 특별히 위험지역도 없다) 이렇게 가끔 강제로 격리되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위축되는 건 사실이다.

운이 나쁘면 그냥 집에만 있어도 격리하는 신세가 된다. 사실 집에서 격리하는 건 그나마 낫다.

날씨가 추워지는데, 좁은 컨테이너 박스에서 격리 음식을 먹을 것을 상상하면 끔찍하다. 없던 병도 절로 생길지도 모른다.

코로나 걸려도 좋으니 빨리 한국에 가고 싶다. 적어도 이런 불안감은 한국에선 겪지 않아도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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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차를 빌려 쿤산에 있는 저우장고전(周庄古镇)에 다녀왔다. 

사실 강남의 수향마을은 어딜가도 비슷한 모양새지만 오랜만에 햇볕을 쬐며 예쁜 거리를 걷는 게 좋았다.

옛날 부잣집이었다고 하는 장씨와 심씨네 집도 둘러보고, 귀여운 향낭도 기프트샵에 팔길래 가족 선물용으로 샀다.  

코로나 때문에 인적이 드문가 했더니 밥먹고 오후 쯤 되니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요즘 날씨가 워낙 따뜻해서 벌써 11월 말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포근한 날씨 덕에 돌아다닐 수 있어 좋긴 하지만 갑자기 추워질 걸 생각하면 두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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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난 2주간 안팎으로 감정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사촌 동생이 좋지 않은 일에 휘말리게 됐는데, 그걸 알게 된 주변 어른들이 방관하고 있어서다.

사촌 동생은 일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도 본인이 그걸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좋지 못한 상태였다.

본인이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는 마치 통역관처럼 가족들에게 일의 자초지종을 설명해줘야 했고, 주변의 도움을 얻어 문제의 해결 방법을 수소문 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괜찮다'며 모든 도움을 거절했고, 가족들마저도 '이제 걔도 성인이야'라는 말로 나서주지 않았다.

가만 생각해보면 늘 그런식이었다. 그 아이가 어디서 뭘 하든지 평소엔 관심이 없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그렇게들 호들갑만 떨다가 그친다.  

모두가 다 자기 일처럼 받아들일 순 없겠지만, 아무도 고통을 분담하지 않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카톡도 잘 되지 않는 중국에서 연결이 끊길 때마다 다시 전화를 걸어서 설득을 하고, 다시 가족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화가 나고 속도 많이 상했다.

신경이 예민해져선지 뭇 주변 사람들의 짜증과 방관자적 태도가 더 못마땅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중국에 오면 달라질 거라 기대했던 것들도 기대에 못 미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일들에 대한 죄책감만 쌓여간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