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구 2022. 11. 6. 13:09

날씨가 추워지고 있다.

어제는 천평산 단풍구경엘 다녀왔다. 이상한 택시기사가 2번 연속으로 걸리는 바람에 너무 힘들었지만, 오랜만에 진짜 가을 나들이를 한 기분이다.

입국 동기 중 샘 한 분이 내년에 한국에 돌아가신다. 힘들 때 더 도움이 되어주지 못한 마음에 미안하고 슬펐지만, 힘든 상황에도 남기를 선택한 샘들이 있어서 마음이 놓인다.

나도 겨울 방학엔 한국을 갈 예정이다.

한국에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들이 점점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중국에 갈 때도 그랬다. 늘 마음 가는 대로 사는 법이다.)

한국에 가기 전에 여기서 해야 할 일들을 잘 마무리 짓고 싶은데, 그건 또 맘처럼 쉽지 않다.

-

중국에 막 왔을 땐 "왜?"라는 질문을 엄청 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도통 이해 안 되는 것들 투성이었다.

막상 적응하고 보니 이젠 다 별 게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고, 중국 생활에 점차 길들여지는 것도 금방이었다. 

오랫동안 정이 들어서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돌아가면 이제 한국에 어떻게 적응하지?' 하는 두려움도 조금씩 알 것 같다.  

가끔은 이 좁은 울타리가 갑갑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비슷한 사람들과 너무 편한 생활을 하다 보면 계속 고여가는 느낌이다.

같은 학교에서 오랫동안 근무했을 때가 그랬다. 편하고 좋기만 한 관계가 익숙해지면 생활이 재미가 없다.

이제는 애써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는다. 노잼 시기가 와도 다시 돌고 돌아 제자리를 찾는 법이니까.

무엇을 하기엔 늦은 때란 없다. 지금이 최적기다. 그냥 다 하고 살자. 그런 마음으로 올해의 남은 시간들을 채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