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흐름대로 쓰기/2022 중국생활
여름이 끝나는 곳(處暑)
슬구
2022. 8. 28. 18:18
눈코뜰새 없이 바빴던 개학 주간이었다.
중국 학교처럼 9월에 개학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1학기에 비해 별 어려움 없이 등교 개학을 맞았다.
첫날은 더위에 아이들도 나도 땀과 진을 뺐다. 교실 이동과 전입생 맞이로 분주했던 하루였다.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과 샘들 모두 반갑고 좋았지만, 학교에 오니 다시 집에 가고 싶었다.
더위 때문에 식욕도 잃고, 금방 지쳐서 초저녁에 잠들었다가 새벽에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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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를 기점으로 날씨가 하루 아침에 변했다.
여전한 습도지만 더위가 한풀 꺾이고,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다.
주말엔 시원하게 비도 내렸다.
저녁이 되자 공원이며 광장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날씨 때문에 여름 내내 스트레스를 받아왔는데, 이제서야 조금 해방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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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많이 그리워졌다.
맛있는 김치도 먹고 싶고, 그냥 아무렇지 않게 친구들과 만나서 맛집에서 수다를 떨고 싶고, 엄마랑 아부지도 보고싶다.
중국에 온지 벌써 반년이 지났다. 초장부터 너무 파란만장한 일들을 많이 겪는 바람에 힘이 들기도 했지만, 덕분에 재밌는 일도 많았다.
여기가 누리는 자유가 너무 편하고 좋다가도 혼자라는 생각이 들어 문득 외롭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 함께 하며 가끔 시름을 잊기도 했지만, 왠지 모를 헛헛한 기분이 들 때면 그리운 것들이 계속 생각난다.
어느덧 8월도 끝이 다 되어간다. 앞으로는 시간이 더 빨리 가겠지.
길고 습했던 여름이 끝났으니 선선한 가을을 맛보고 즐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