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구 2019. 7. 30. 01:07

블로그를 새로 파야지 하고 결심하고서 워드프레스 계정으로 블로그를 운영해오던 것이 벌써 2년 반이 지났다.

(에구 시간은 참 빠르기도 하지-요즘 이런 말을 너무 많이 하는 나는 늙어버린 것인가)

 

첨엔 글쓰기에 적합하다고 추천받아서 워드프레스 계정을 판 것인데(정말 글만 쓰기에 적합한거지)

여행기를 한참 쓰던 중 무료 도메인의 한계로 (뭐 그닥 올린게 없는데도) 용량 한도를 초과해버렸고 가뜩이나 불편하게 여겼던 차에 아예 블로그를 이사하기로 결심했다.

 

현실에서도 그렇지만 이사는 쉬운 일이 아니다.

여태 써온 글들을 정리겸 훑어보는데만 반나절이 걸렸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수험생 시절에 화풀이 하며 쓰던 일기들부터, 휘몰아치는 감정을 어떻게 소화해내지 못해 못한 흔적들, 덕내가 폴폴 나는 리뷰들, 최근 나를 가장 즐겁게 하는 소일거리였던 여행기까지. 미처 손보지 못한 글과 쓰다 만 것들까지 포함하면 참 지우기도 어렵고 정리하기도 제법 힘들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슬기롭게 대처하기로 했다. 예전 블로그는 그냥 두고 새롭게 다시 시작하기로^^ 뉴 스타뜨!

 

급작스럽게 예전의 글들과 작별하는게 아쉬워서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히 옮겨 오고 싶다만. 이게 언제쯤 끝날지는 나도 모를 일이다. 

삶은 계란의 껍질이 
벗겨지듯 
묵은 사랑이 
벗겨질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묵은 사랑이 
뉘우치는 마음의 한복판에 
젖어 있을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 김수영, 파밭 가에서 中

 

블로그를 시작하는 내 첫마음은 이런 마음이다. 

다 비우고 새로 시작하는 것. 

뜻대로 안 되는 일 투성이지만 블로그라도 내 맘대로 써봐야지. 하는

제멋대로의 기분과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다.

 

이렇게 거창하게 첫 글을 써버리고 나니 뭔가 헛헛하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