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봉쇄
너 이제 살 만해졌다더니 또 봉쇄냐
그렇다. 아파트 봉쇄 3일차. 원래 3일만 한다던 봉쇄는 또 기약 없이 길어질 것 같다.
처음엔 확진자가 나온 아파트의 동만 부분 폐쇄한다고 했다. 우리 아파트는 확진자가 없어서 그냥 출근만 못했다. 이틀 뒤 구 전체를 봉쇄한다고 했다. 그러다 우리 집 근처 도로를 죄다 봉쇄한다고 말한지 하루만에 이 동네 아파트를 모두 봉쇄한다고,,,
중국에 (또) 눈 뜨고 코 베인지 8일차.
엊그제 저녁 갑자기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나가보니, 자가키트를 배달해주었다. 이제는 핵산검사 하러 가기 전에 하루 2회 자가키트도 하란다.(원래 매일 정해진 시간에 나가서 핵산검사만 받아야했다)
곧 문 밖도 못 나가게 하겠구나, 하는 직감이 딱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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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주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물자를 배달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파트의 확진자 유무와 관계없이 이렇게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구 전체에 새로운 확진자가 없을 때까지 그저 장기 봉쇄를 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내가 불안해하자 주변에서는 '빠르면 일주일, 길어도 2주면 괜찮을 거예요'라고 낙관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원격 수업을 하고 있는 학생들도 아직까지 꽤 안락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도 들었다.
나도 미리 집에 먹을 것을 충분히 쟁여놔서 식량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격리 호텔보다 집이 덜 답답하고 편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호텔 4주 격리 그리고 1주일 넘게 가게 영업 중지와 대중교통 제한 조치까지 겪어본 나로서는 지금의 상태가 심상치 않게 느껴진다.
함께 격리했던 샘들이나 상하이 봉쇄를 겪었던 분들도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다. 최악의 상황을 이미 한 차례 겪어봐서 낙관을 할 수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봉쇄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가두는 시스템이다. 전염병 감염 예방을 위해 살아 있는 사람을 죽이는 시스템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엄격한 통제와 감시가 이루어진다지만 실제로 봉쇄하는 과정을 보면 빈틈도 많고, 행정력 낭비라고 여겨지는 부분들도 많다. 생활 물자를 공급하고 사람들의 이동 범위를 줄인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원천 차단되는 것도 아니다.
이미 상하이 봉쇄로 끝장을 보고도 계속해서 봉쇄가 이어지는 상황을 납득하기 어렵다.
하지만 중국이 줄곧 안팎으로 정보를 통제하면서 내 생명줄을 틀어 쥐고 있으니, 나로서는 봉쇄가 하루 빨리 끝나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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