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구 2022. 4. 1. 12:25

우시에 온지 6주차(격리기간 빼면 2주차)가 되었으니, 갤러리 털이를 슬슬 할 때가 왔다.

친구들은 브이로그를 다시 찍으라고 했지만, 편집하기가 너무 귀찮아서 영상을 찍지도 않았다.

브이로그와 덕질용으로 가져온 카메라는 렌즈만 닦아놓고 집에 고이 모셔놓기만 했다. 언젠가는 쓸 거다. 꼭!

 

1. 핵산검사와 맛집투어의 상관관계

격리해제 후 동사무소에 거주 등록을 하면 핵산 검사 일시와 장소를 알려준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 가야하는 미션이라 처음에는 잔뜩 긴장하고 갔다. 그 땐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이 바삐 출근했다.

두 번째 검사를 받을 즈음 핵산검사 장소가 찐룬광장(金轮广场) 근처로 바뀌었다.

마침 같은 시간에 검사 예약이 되어있던 샘들이 있어서, 검사가 끝나면 광장 안의 맛집을 함께 찾아다녔다.

 

袁记云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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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무렵에는 문을 연 곳이 거의 없었는데 유일하게 상가 안에 열려 있었던 만두 가게에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한국어 메뉴판을 주고, 내부 인테리어도 깔끔해서 좀 더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옆에서 직접 만두를 빚는 모습도 투명 유리창으로 다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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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탕면은 그저 그랬지만, 나머지 훈툰(만둣국)은 죄다 맛있었다. 버섯이 들어간 만두, 옥수수, 고기, 새우 등이 들어간 만두도 모두 실패없이 잘 먹었다. 

직접 빚은 만두를 바로 포장해서 갈 수도 있어서 집에 쟁여두고 먹고 싶을 때 쪄 먹거나 구워 먹어도 된다. 

 

回家过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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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시간 때에 검사 받으러 갔다가 찐룬 근처에 있는 동북요리 음식점을 발견했다.

꿔바로우, 토마토 달걀볶음 등 다 맛있었지만 저 튀긴 생선 요리는 정~말 맛있었다. 요리왕 비룡의 명대사(美味!)를 절로 외치고 싶어지는 맛이다. 

格瑞思(GRACE)

중국에서 빵을 실패했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특별히 기대는 안 했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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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해서 가져와서 집에서 먹었는데, 특히 에그타르트 너무 맛있었다. 

 

2. 쑤차이(苏菜)란 무엇인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인 '강소성(장쑤성)'은 강이 흐르고 큰 호수(태호)가 있어서 이 지역의 전통 요리로 민물 생선 요리가 유명하다고 한다. 

금요일 퇴근 길에 입국 동기 샘들과 콧바람을 쐬러 공원(金匮公园)에 들렀다가 '观山阁花园餐厅' 이라는 음식점에 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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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도착해서 음식을 먹기 시작한 나는 뜻밖의 코스요리에 대접받은 기분이 들었다만, 전복은 비렸고 생선은 그냥저냥 생선 맛이었다.

격리 때 향신료 가득한 고기 도시락만 먹다가 신선한 채소를 맘껏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쑤차이는 기념으로 한 번 먹어 볼 만하다. 

 

3. 정신 없어도 맛있는 하이디이라오 훠궈

기분이 좋은 날 먹고 싶은 음식 1위는 단연 '훠궈'다. 

격리해제 기념으로 샘들이랑 씬띠청(新地城)에 있는 하이디라오 훠궈(海底捞火锅)를 먹으러 갔다.

엄격한 경비원 때문에 입구컷 당할 뻔 했지만, 빨간 옷을 입고서 먼발치서 환영의 눈길을 보내던 하이디라오 직원 덕분에 무사히 건물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도한 친절이 서비스의 질과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걸 알았다.

태블릿 메뉴판에 입력을 한 것과 다른 엉뚱한 메뉴가 나왔고. 감자와 고기를 계속 요청했는데도 아주 늦게 나왔다.

내가 좋아해서 잔뜩 시킨 감자는 식사를 다 마칠 때까지 나오지 않아서 환불처리 했다.

맛은 한국에서 먹었던 것과 비슷했고, 맛있었다. 끓어넘치던 국물이 바닥을 보일 때까지 싹싹 먹었다. 

일룡이가 맛있다고 했던 '오리창자'도 먹었는데, 식감이 아주 독특하고 괜찮았다.

씬띠청의 다른 가게들은 열지도 않았고 사람도 없는데 이곳만 붐비는 걸 보면 하이디라오가 확실히 맛집이긴 한 것 같다. 

 

4. 연어 먹으러 이케아에 가는 사람 나야나

연어 초밥이 먹고 싶어서 배달을 시켰다가 생전 처음 먹어보는 맛에 놀랐다. 

그것은 초밥이 아니었다. 초밥을 흉내낸 어중간한 맛이랄까. 크게 실망했지만 나는 연어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남들은 가구를 사러 이케아를 간다지만, 나는 연어를 먹으러(구하러) 갔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양식ㅠㅠ 연어 감자 브로콜리 스테이크 모두 감동의 맛이었다. 

 

5. 삼양역 & 쑤닝광장 주변 탐험기

백화점 구경이라도 해볼까 하고 지하철 삼양역 주변에 왔다가 입구컷을 너무 많이 당해서 마음이 너덜너덜 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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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크고 작은 백화점과 쇼핑몰들이 화려하게 들어선 곳인데,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서 돌아다니기에 나쁘진 않았다.

허기진 마음과 뱃속을 달래기 위해 샤오롱바오 체인점인 '無夕'을 찾았다. 

無夕

샤오롱바오 체인점인 이곳은 마침 '우시(wuxi)'라는 지명과 같은 발음이다. 

내부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중국말 못하는 우리를 배려해 준 친절한 직원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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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살 샤오롱바오는 천국의 맛. 정말 너무너무 맛있었다. 너무 맛있어서 질질 흘리고 더럽게 먹었다. 샤오롱바오 깔끔하게 먹는 법 좀 알려주셔요.

궁금해서 시켜본 쑥떡 같이 생긴 디저트는 네 가지가 모두 다른 맛이었다. 팥소도 안 달고 맛있고, 고기도 적당히 간이 되어 있어서 맛있었다. 

 

东北灶

위엔토우즈 공원에 벚꽃 구경 갔다가 근처에 먹을 데가 마땅치 않아서 택시를 타고 쑤닝 광장 근처로 왔다.

동북 음식을 먹자는 의견이 만장일치 되어, 평점 높은 동북 음식 체인점에 가서 앉자마자 음식을 와다다 시켰다.

시키고 보니 넷이서 너무 많은 음식을 시킨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됐는데 한 접시당 요리의 양이 적당해서 많이 시켜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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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 지역에 와서 동북 요리를 사랑하게 됐다.

한국에서 이미 먹어 본 음식들도 있지만, 여기 와서 동북 음식이 정말 맛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언젠가 꼭 본고장에서 동북 요리를 잔뜩 먹고 싶다. 

 

6. 집 근처에도 맛집은 많다

우시에 온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낯선 동네를 탐험하듯이 누비고 다녔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의외로 우리 집 주변에도 꽤 맛집이 많았다.

푸리청 주변에는 특히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카페나 음식점이 많은 편이다.

 

히말라야 카페(喜马拉雅森)

저녁 시간되면 한국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 사실 그래서 가기 조심스러워지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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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이사하고서 여기서 카페라떼와 빵을 먹었는데, 커피도 맛있고, 빵도 맛있다. 가격이 조금 있는 편이지만 기꺼이 내고 싶을 정도로 쾌적하고 마음이 편해지는 장소다.

 

银木烧肉居酒屋

샘들이랑 퇴근하고서 정육식당(가게 이름이 그냥 '정육식당'인 완전 한국식 삼겹살집)에서 저녁을 먹고, 술을 더 먹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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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이자카야같이 생긴 곳인데 메뉴도 일식 느낌이 많이 났다. 

연어가 있길래 냉큼 시켜 먹었다. 살짝 간이 된 구운 오쿠라도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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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가게에서 제일 맛있었던 메뉴는 이 꼬치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서 나왔는데, 맛을 보고 용서하게 됐다.

고기 안에 야채 같은 것이 말아져 있고 달달한 소스랑 구운 향이 잘 어울렸다. 

 

Flame·炎光咖啡小酒馆

배가 불러 더 먹을 수 없는데 술을 더 먹기 위해 작은 술집을 찾았다. 낮에는 카페도 겸한다고 한다.

여기도 내부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귀엽다. 술은 냉동고에서 꺼내오면 사장님이 따라주시고, 잘 모르는 메뉴도 영어로 친절하게 설명해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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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늦게 가서 재료가 많이 떨어진 상태라 안 되는 메뉴가 많았는데, 메뉴판에 없는 서비스 안주도 척척 내주셨다. 

감자 튀김도 맛있었고 오징어를 튀긴 것도 맥주 안주로 딱이었다. 사장님의 친절함 덕분에 간단히 먹으려고 했던 술도 더 많이 먹었다.

중국에 먹으러 온 사람처럼 매일 이곳저곳을 쏘다니며 먹었다. 아직 가볼 곳은 많으니 더 부지런히 쏘댕겨야지.